공지 [기고문] 공무원 정원, 동결보다 치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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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동조합 댓글 0건 조회 41회 작성일 25-09-01 14:28본문
공무원 정원, 동결보다 치유가 필요하다
오늘날 정부 조직은 흔히 ‘비대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매년 예산은 증가하고 공무원 숫자도 늘어나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만 보면, 지난 정부에서 공무원 정원을 동결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였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숫자만을 기준으로 ‘방만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간과하는 것이다.
행정학에서는 파킨슨의 법칙, 니스카넨의 가설 등 다양한 이론을 통해 행정조직이 구조적 특성상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현대 사회는 급격한 발전 속에서 행정 수요가 갈수록 전문화되고 세분화되고 있다. 기후위기, 고령화, 디지털 전환 등 최근 대두되는 사회문제만 보더라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문성을 확보하고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조직을 신설·확대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행정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기존 업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므로, 조직 확대는 현실적 필요이다. 만약 기존 조직을 축소한다면 오히려 국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가중될 수 있다.
한편, 현재의 공무원 조직은 인력 관리 측면에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언론 보도에서도 확인되듯이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신규 공무원들의 퇴사율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낮은 보수(민간 대비 약 83% 수준), 경직된 조직문화, 재난 대응 등 무한책임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사회적 환경 변화도 공무원 조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높은 주택가격과 생활비 부담은 혼인과 출산을 지연시키고, 맞벌이 가정이 불가피한 현실을 만든다. 경제적 결핍에도 불구하고 육아에 대한 부담감이 크기 때문에 육아휴직자는 늘어나고, 그만큼 조직의 결원은 커지며 남은 인력의 업무 부담은 가중된다. 동시에 악성 민원과 과도한 책임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공무원도 늘어나고 있으며, 실제로 업무상 정신질환으로 요양 중인 공무원의 비율은 전체 산업재해율보다 11배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육아휴직과 질병휴직의 증가로 결원이 늘어나면서 결원이 또 다른 결원을 낳는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무원들은 낮은 급여에도 국민 봉사자로서 자긍심을 지니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원이 계속 동결된다면 신규 인력의 이탈은 가속화될 것이고, 숙련된 인력은 점점 지쳐 병들어 갈 수밖에 없다. 지금의 공무원 조직은 이미 깊은 병에 걸려 있으며, 이제는 정원을 확대하여 조직을 회복시켜야 한다.
물론 이것이 공무원 조직의 무한한 팽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한 업무 효율화, 불필요한 업무와 관행의 혁신, 성과 중심의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팽창 억제 노력은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결국 공무원 조직의 정원 문제는 단순한 인력 규모 논란이 아니라, 국가 행정의 지속 가능성과 국민 삶의 질을 좌우하는 문제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동결’이 아니라 ‘치유’이다. 공무원 조직이 건강하게 쇄신하여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경상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2025.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