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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던 10년 전 가을도 지금처럼 우울했다. 대기업들이 줄부도를 내고 실업자는 급증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돈을 챙겨 떠나기 바빴다. > > 결국 국제통화기금(IMF) 앞에 무릎꿇고 달러를 빌리면서, 그들이 바라는 대로 경제정책을 바꾸기로 약속해야 했다. > > 국민은 집권세력을 표로 심판해, 사상 처음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그런데,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이 흘렀어도 외환위기 때보다 더하다는 한숨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 >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이들의 권력을 박탈할 때, 선거는 의미가 있다. 갈아치워야 한다. 그런데, 아무렇게나 갈아치운다고 문제가 다 풀리는 게 아님을 이미 보아 버렸으니 그게 고민이다. > > 다들 “경제가 문제”라는데, 그렇다면 저성장이 문제인가? 아니다. 외환위기의 타격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1998년을 빼면, 이후 8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4.95%에 이른다. 당시 1만1천달러이던 1인당 국민소득이 이제는 1만8천달러를 넘겼다. > > 문제는, 그런 장밋빛 지표가 “도대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밀려나고, 거의 모든 노동자가 일자리 불안에 시달린다. > > 젊은이들에겐 여전히 일자리가 없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어 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된 이유를 제대로 못 보면 소용없다. > >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가장 간단한 대답은 성장의 과실이 거의 ‘자본’에 돌아갔다는 데 있다.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피용자 보수)은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9년 동안 물가 상승분을 빼고 42.6% 늘어났다. > > 그 사이 취업 노동자 수가 115만명 늘어난 것을 셈하면 한 사람당 23% 늘어났을 뿐이다.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 45%의 절반이다. > > 반면, 법인기업의 실질 영업이익은 83%, 특히 금융법인의 실질 영업이익은 202%나 늘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상장 대기업과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 이들 기업의 주식을 쓸어담은 외국인 투자가와 소수 재벌 대주주들만이 호시절을 누렸다. > > 그 사이 경제 정책도 ‘경제살리기’란 이름으로 집행됐다. ‘효율을 위한 외자유치’를 앞세워 알짜 공기업과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기관들이 대거 외국에 넘겨졌다. 공적자금 회수를 내세워 그들이 돈을 쉽게 벌게 도와준 것도 정부다. > > 부실 투자로 체질이 허약해진 기업들에는 해고를 쉽게 할 수 있게 해주고, 편법·탈법적인 저임 비정규직 고용을 허용했다. 저금리 정책이야 세계적인 추세였다고는 해도, 김대중 정부시절 건설족을 위해 주택경기를 부양한 것이 집값 급등을 불렀다. > > 한때 실업자들이 자영업으로 몰려들어 경쟁이 격화된 탓도 있으나, 대규모 유통업체를 비롯해 기업화된 서비스업체들이 영세 자영업자들의 목을 졸랐다. 카드사들을 배불리는 정책도 자영업자 죽이기에 한몫했다. > > 지난 10년 동안 경제정책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 ‘시장논리로 문제를 풀자’는 구호를 착실히 따랐다. 그 결과 우리 경제엔 확실히 새살이 돋았다. > > 문제는 살이 항문에 돋은 것이다. 성장 과실이 소수 자본에 집중될 뿐 혁신과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끊겨, 우리 경제는 항문막힌 사람처럼 병들어 버렸다. > > 연말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은 또 저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장담한다. ‘어떻게?, 누굴 위해?’라고 되묻자.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더 빨리 걷자”는 것이라면, > > “아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혁신은 오직 사람에게서 나온다. 하루빨리 살려내야 할 것은 영혼 없는 경제가 아니라, 사람이고 노동이다. > >
웹 에디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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